"시간과 공간을 연결한 곳, 그리니치천문대"
세계지도를 상하좌우로 관통하는 위선과 경선은 하나하나에 나름의 이유와 기준이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시간의 기준선이라 할 수 있는 본초자오선은 영국을 통과한다. 왜일까? 그 비밀이 숨어 있는 곳은 바로 영국 런던에 있는 그리니치천문대이다. 대항해시대 탐험가들의 고민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었다. 위치를 파악한다는 것은 위도와 경도를 구한다는 말과 같은데, 그나마 위도는 태양의 고도나 북극성을 관측하면 바다 위에서라도 손쉽게 측정할 수 있었지만 경도는 달랐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에서 어떤 기준점 없이 경도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천문학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 보려던 크리스토퍼 렌은 시계를 이용한 경도 측정 방법을 제안하였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해가 가장 높이 뜬 정오에 가져온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과 그 차이를 비교해 경도를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지구는 360이며 24시간 동안 자전하기 때문에 경도 15마다 1시간이라는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존 해리슨이 네 번째로 만든 크로노미터이다. 영국의 탐험가이자 지도 제작자인 제임스 쿡 선장은 복제된 크로노 h4를 가지고 3년 동안 지구를 세 바퀴 도는 거리와 맞먹는 11만 를 항해하였고, 이 해상시계는 지구 지도의 1/3을 그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렌의 제안을 받아들인 영국 왕실은 1675년 왕립 그리니치천문대를 지었다. 1714년에 영국 의회는 그리니치천문대를 본부로 하는 경도 위원회를 구성하여, 오차가 적은 경도를 구하기 위해 현상금 2만 파운드를 내걸었다. 해상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계가 발명되지 않았던 1761년에 영국의 시계 기술자 존 해리슨은 크로노미터라는 정확한 해상시계를 발명하고 우여곡절 끝에 상금을 탈 수 있었다.
이 시계가 발명된 후 런던을 출항하는 모든 배는 그리니치천문대에서 제공하는 시간을 표준시로 삼았다. 이로써 선박은 더욱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었고, 영국은 식민 지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영국은 1851년에 그리니치천문대를 관통하는 자오선을 경도의 기준이 되는 본초자오선으로 정했고, 1884년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 만국 지도 협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그리니치천문대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 그리니치천문대에 그어진 본초자오선은 사실상 과거의 유산이다. 본초자오선은 지오이드 기준면의 변경으로 100여 M 동쪽으로 이동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두 발로 동반구와 서반구를 동시에 밟으며 사진을 찍고는 한다. 또한 지구의 자전을 기준으로 시간을 측정하여 세계의 기준 시각을 알려 주던 그리니치표준시(gmt)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는 오차에 대처하지 못해, 세슘 원자의 진동을 이용하여 시간을 측정하는 협정세계시(utc)에 국제 표준시의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다만 둘은 초의 소수점 단위에서 차이가 나 일상에서는 큰 불편 없이 혼용되어 사용되기 때문에 아직도 '그리니치표준시'라는 말이 남아 있다. 하지만 더 정확한 협정세계시가 왜 그리니치표준시에 맞추어 보정을 해야 하냐는 볼멘소리가 높아지면서 조만간 그리니치표준시는 완전히 폐기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아마도 영국이 세계의 질서를 주도하였던 19세기 후반과 지금의 현실이 달라졌기에 불거진 문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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